티스토리 뷰

엄마, 그리고 엄마

episode02.

한지선 2017. 4. 14. 20:32

휴대폰 속 이름을 검색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눌릴 수 있는 번호가 몇개 있다.

061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이 전화번호를 다 누르면
'사동댁'이라는 이름이 뜨고 꼭 한 번에 통화가 되는 법은 없지만 듣고 싶은 단어가 있어 전화를 하게된다.

내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차리지 못해 첫 목소리는
다소 무심한듯하지만 외손녀임을 알게되면 들리는 단어가 있다.

'아가'

항상 수화기너머 할머니는 날 이렇게 부른다.
나는 이상하게 저 단어가 너무 듣기 좋다. 짧은단어는 할머니의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나를 다독거려준다.

둘이 쪼잘쪼잘 얘기를 나눈다. 엄마의 안부는 기본이며 밥은 잘먹고다니냐 할미보러 언제 올거냐는 그저그런 통화속에 철이 덜 든 외손녀는 끊임없이 응석을 부린다.

나이를 계속 먹어도 내가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도
나를 '아가'라고 불러줄 사람. 전화하고싶은 밤이다.

'엄마, 그리고 엄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pisode 01.  (2) 2017.04.12
Prologue  (2) 2017.04.12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