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속 이름을 검색하지않고 자연스럽게 눌릴 수 있는 번호가 몇개 있다. 061 지역번호로 시작되는 이 전화번호를 다 누르면 '사동댁'이라는 이름이 뜨고 꼭 한 번에 통화가 되는 법은 없지만 듣고 싶은 단어가 있어 전화를 하게된다. 내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차리지 못해 첫 목소리는 다소 무심한듯하지만 외손녀임을 알게되면 들리는 단어가 있다. '아가' 항상 수화기너머 할머니는 날 이렇게 부른다. 나는 이상하게 저 단어가 너무 듣기 좋다. 짧은단어는 할머니의 세상 따뜻한 목소리로 나를 다독거려준다. 둘이 쪼잘쪼잘 얘기를 나눈다. 엄마의 안부는 기본이며 밥은 잘먹고다니냐 할미보러 언제 올거냐는 그저그런 통화속에 철이 덜 든 외손녀는 끊임없이 응석을 부린다. 나이를 계속 먹어..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이였다. 아직 작은 나의 자취방 사정으로 계절이 바뀌면 본가에 이불을 가지러가야한다. 엄마에게 겨울이불을 가지러 가겠다며 메세지를 남긴다.남기자마자 알겠다며 답장이 돌아온다. 맞교환 할 가을이불은 바쁘다는 핑계로 빨지못했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이불을 받아 챙긴다.저녁은 먹었냐는 질문에 집에 가서 먹을거라 대답하고 겨울이불을 챙겨나가기에 급급한 마음뿐이었다. 겨울이불은 뽀송뽀송하게 세탁이 된 상태였지만 큰 바늘로 사방을 꼬매야하는 마지막 공정이 남아있었다. 전등을 켜도 어두침침한 거실 가운데 앉아 엄마는 할머니마냥 안경너머로 눈을 찡그리며 바늘에 실을 꿰었다. 큰대바늘로 능숙하게 이불을 꼬매던 엄마는 '엄마 없으면 겨울이불도 못쓰고 우째살래' 라고 묻는다. 나는 아무렇지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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