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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는 이제 한국사회에 대표적인 가구형태가 되었다. 나 역시 2015년 여름부터 부모님에게서 독립하여 1인가구 생활을 하고있다. 혼자라는 자유를 얻었지만 집안일이라는 책임이 뒤따랐다. 그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미션은 음식물쓰레기 배출이다. 


음식물쓰레기통 좀 주세요 


초여름치고는 더웠던 6월의 어느날 아빠의 포터트럭과 강제동원된 친구들 몇 명으로 1인가구의 첫 단추를 꿰었다. 이사가 마무리될 때 쯤 나타난 집주인은 이사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인사를 건내었다. 그리고 건물사용에 있어 주의사항 및 쓰레기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반쓰레기는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 정해진 요일에 배출하고 재활용쓰레기는 투명비닐에 담아 1층 주차장 한켠의 지정된 공간에 요일상관없이 배출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이어서 음식물쓰레기는 어떻게 배출하냐고 물었고 집주인은 집에서 요리를 할거냐며 되물었다. 가급적 독립하게되면 요리를 하기로 마음먹었던 나는 당당하게 요리를 할거라 말했고 집주인도 당당하게 그래봤자 음식물쓰레기 양이 작으니 비닐에 잘싸서 일반쓰레기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말했다.


나는 순간 당황하여 말을 잇지 못했다. 당황한 내 모습을 본 집주인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음식물쓰레기통을 줘도 사용하지 않는다며 그게 편하지 않겠냐고 나를 설득하는 듯한 말투를 보였지만 설득이 될리가 없다. 나는 그렇게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순간의 정적 속에 '을'의 주제파악을 빨리한 나는 음식물쓰레기통을 일단 주면 관리는 내가 잘 할 것이라 했다. 그렇게 나는 좀 부자연스럽게 음식물쓰레기통을 획득하였다. 


음식물쓰레기기 관리하는 법


1인가구에서 배출하는 음식물쓰레기의 양은 가장 작은 음식물쓰레기통 3L를 채우는데 꽤 오랜시간이 걸린다. 그 시간 동안 뚜껑을 닫아 주방 또는 세탁실 구석에 둔다하여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와 윙윙 꼬이는 벌레, 다시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사실 1인가구만의 문제는 아닙니다만). 그러니 '갑'인 집주인의 제안이 굉장히 반갑게 느껴질 것이고 그렇게 살고있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음식물쓰레기가 생기면 밀폐용비닐에 그때그때마다 넣고 냉동실에 보관한다. 사실 위생상 찝찝할 수 있지만 여러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가장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다. 꽁꽁 얼어있는 음식물쓰레기는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지저분한 이물질을 남기지 않는다. 또한 냉동실에 살 수 있는 벌레는 없다. 그래서 배출하기 용이하고 다시 되돌아온 통을 마주쳐도 부담이 적다. 


나의 경우 3L통을 채워 버리는데 평균 한 달 이상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2년 가까이 살면서 음식물쓰레기칩 10개들입을 2번 사보았다. 자주 안사니까 정확한 가격이 기억이 안나는데 비싼가격은아니다. 천오백원 쯤이었던가...


달갑지 않은 선물


집주인을 포함한 8가구 빌라에 2015년 6월부터 현재까지 나홀로 쓸쓸하게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놓고 있다. 첫 날의 정의감은 불화를 만들지말아야지로 합리화 시켜버렸고 성실하게 음식물쓰레기통을 내놓는 202호 처자를 보며 조금의 변화가 있기만을 내심 바랐다. 그래서인지 선물을 받았다. 퇴근 후 집에 오니 현관문 손잡이에 3L용 칩이 투명비닐에 돌돌 말려있었다.


집주인이 주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은 여태 지켜보니 아가씨가 음식물쓰레기통을 계속 쓰고 있고 본인은 쓰지 않으니 주게 되었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까지는 마냥 감사하고 몇 개 남지 않은 칩을 생각하니 반가웠다. 그런데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받은 선물이 달갑지 않게 느껴졌다.


그 동안 내가 사는 건물에 음식물쓰레기는 일반쓰레기에 섞여 배출되었거나 혹은 다른 방법으로 처리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인근 원룸촌을 둘러보아도 음식물쓰레기통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일반 아파트처럼 공동으로 버리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이 역시 본적이 없다. 불편한마음을 가득 안고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어제 또 현관문 손잡이에 달갑지 않은 선물이 매달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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