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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리고 엄마

episode 01.

한지선 2017. 4. 12. 20:11



작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즈음이였다. 

아직 작은 나의 자취방 사정으로 계절이 바뀌면 본가에 이불을 가지러가야한다. 

엄마에게 겨울이불을 가지러 가겠다며 메세지를 남긴다.

남기자마자 알겠다며 답장이 돌아온다. 


맞교환 할 가을이불은 바쁘다는 핑계로 빨지못했지만 엄마는 괜찮다며 이불을 받아 챙긴다.

저녁은 먹었냐는 질문에 집에 가서 먹을거라 대답하고 겨울이불을 챙겨나가기에 급급한 마음뿐이었다. 

겨울이불은 뽀송뽀송하게 세탁이 된 상태였지만 큰 바늘로 사방을 꼬매야하는 마지막 공정이 남아있었다. 


전등을 켜도 어두침침한 거실 가운데 앉아 엄마는 할머니마냥 안경너머로 눈을 찡그리며 바늘에 실을 꿰었다. 

큰대바늘로 능숙하게 이불을 꼬매던 엄마는 '엄마 없으면 겨울이불도 못쓰고 우째살래' 라고 묻는다. 

나는 아무렇지않게 '엄마가 있으니까 이불받으러오고 이불쓰는거지'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다 큰딸 혼자 잘난맛에 나가서 사는데 이불을 왜 챙겨주냐며 아빠에게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두꺼운 솜 이불은 엄마의 손길로 네모 반듯하게 정리되었다. 

정리되기 무섭게 이불을 챙겨 들고 현관문을 나선다.

엄마가 따라 나선다. 생각해보니 나오지말라는 나의 말을 엄마는 들어준 적이 없다.

엄마는 오늘도 내 차가 출발하고 사라질 때 까지 골목어귀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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